
[실제 경험담] 서울에 아파트 한 채 가진 친한 형의 상속세 폭탄 고민… 남 일 같지 않은 이유
며칠 전 오래 알고 지낸 친한 동네 형과 오랜만에 저녁 자리를 가졌습니다. 평소 늘 밝고 여유 있던 형이었는데, 그날따라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얼마 전 작고하신 아버님의 상속 문제를 정리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세금 폭탄' 청구서를 받게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형네 가족은 대단한 자산가 집안이 아닙니다.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평생 직장 생활을 하시며 성북구 길음동에 마련하신 30평대 아파트 한 채가 유산의 전부였습니다. 다른 현금 자산이나 금융 자산은 거의 없고, 오롯이 부모님이 평생 실거주해 온 집 한 채뿐이었죠. 최근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약 16억 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 "그래도 부모님이 집 한 채는 남겨주셨네" 하고 다행이라 여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세무사와 상담을 진행하던 형은 예상치 못한 상속세 금액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고 합니다.
"16억짜리 집 한 채 받는데 세금이 2억 7천만 원이라고?"
아버님께서 먼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이미 수년 전에 여의신 상황이라, 형과 동생(자녀 2명)이 해당 아파트를 물려받게 되는 구조였습니다. 세무사 사무실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자녀들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무려 2억 6,700여만 원에 달했습니다.
형은 납부 고지서 예상 금액을 보고 눈을 의심했습니다. 평생을 그 집에서 함께 살아왔고, 특별한 주식이나 현금 유산도 없는데 당장 몇 달 안에 2억 7천만 원이라는 큰 현금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막막해진 것입니다.
만약 피상속인(부모님) 중 배우자 한 분이 살아계셔서 자녀 2명과 함께 상속받는다고 해도, 배우자가 내야 하는 상속세만 약 6,900만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당장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현금이 없는 보통의 중산층 가정이라면 살던 집을 급하게 처분해야만 세금을 낼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셈입니다.
28년째 그대로인 상속세 공제 한도, 중산층을 옥죄다
형의 이야기를 듣고 저 역시 집으로 돌아와 상속세 제도에 대해 자세히 찾아보았습니다. 원인을 알고 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 일괄공제 한도는 5억 원(배우자 공제 포함 시 기본 10억 원) 수준입니다. 문제는 이 공제 기준이 1997년에 제정된 이후 28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상향 조정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28년 전만 해도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습니다. 당시 상속세는 말 그대로 상위 1%나 몇몇 대자산가들만 내는 '부유세' 성격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물가는 오르고 집값은 급등했습니다. KB부동산 통계만 보더라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이미 16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과거 5억 원대였던 집들이 3배 이상 뛴 것입니다.
결국 집값과 물가는 수년에 걸쳐 가파르게 올랐는데, 세금 기준선은 20여 년 전 과거에 머물러 있다 보니, 이제는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한 평범한 중산층 가정들까지 모조리 상속세 과세 대상자로 포섭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집을 팔아서 세금을 내면 해결될까?
"그럼 집을 팔아서 세금을 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현장의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 급매로 인한 자산 손실: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기한 내에 급하게 집을 매각하려다 보면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헐값'에 집을 넘겨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추가적인 양도소득세 부담: 상속받은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등 2차적인 세금 부담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주거 불안정: 평생 살아온 보금자리를 떠나 급작스럽게 전월세를 알아봐야 하는 주거 불안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처럼 현금 자산 없이 실거주 주택 한 채만 보유한 경우, 부모님의 유산을 물려받는 것이 오히려 가족들에게 과도한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안겨주는 '징벌적 과세'가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현실적인 제도 개편이 시급한 시점
이재명 대통령 역시 취임 100일 기자회견 등 공식 석상에서 "집주인이 사망하고 남은 가족이 집을 물려받을 때 10억 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돈이 없어 살던 집을 팔고 떠나야 한다면 너무 잔인한 일"이라며 상속세 공제 한도 현실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는 상속세가 부의 재분배를 위한 수단으로 작동했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서울에 실거주용 집 한 채를 가진 중산층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와 부동산 가격 상승 현실을 반영하여, 상속세 공제 한도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거나 실거주 1주택에 대한 전향적인 세제 혜택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인의 막막한 사정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상속세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서울 및 수도권에 집을 가진 보통의 우리 가족 모두가 미리 대비하고 고민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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